517년 만에 전 국민이 치른 단종의 장례…단종문화제 현장 [제철축제]

festivalmaster | 2026-04-27 08:50:12

“517년 만에 온 국민이 단종 대왕의 장례를 치르고 있습니다.”단종문화제에서 감사패를 받은 장항준 감독의 소감이다. 전국적으로 ‘단종 신드롬’을 일으켰던 강원 영월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렸다. 올해 59회째를 맞은 단종문화제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영월에서 열린다.단종문화제는 1967년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의 혼과 충신들의 넋을 위로하고 달래기 위해 시작한 행사다. 단종이 1698년 복위된 이후 매년 장릉에서 제향을 지내던 영월 주민들은 1967년 4월 이를 축제로 승화했다.

‘왕사남’으로 가득 채워진 올해 단종문화제

517년 만에 전 국민이 치른 단종의 장례…단종문화제 현장 [제철축제]

단종문화제 왕과 사는 남자 포토존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열풍으로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채웠다. 주제는 ‘왕의 귀환, 희망의 서막’이다.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한 비운의 왕 단종이, 지금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자리 잡으며 희망, 평화로 이어졌다는 의미를 담았다.

517년 만에 전 국민이 치른 단종의 장례…단종문화제 현장 [제철축제]

단종문화제 왕과 사는 남자 포토존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현장 곳곳에도 영화 흔적이 묻어났다.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속 문을 재현한 포토존은 설치 전부터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방문객은 유배복과 곤룡포를 입고 포스터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바로 앞에는 주요 장면과 명대사를 전시한 공간이 이어진다. 영월군과 영월문화관광재단은 기획사와 사전 협의를 거쳐 1년간 영화 IP(지적재산권)를 확보했다.

517년 만에 전 국민이 치른 단종의 장례…단종문화제 현장 [제철축제]

단종문화제 ‘왕과 사는 남자’를 활용한 부스 이름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마켓 구역의 재치 있는 부스 이름도 눈길을 끌었다. ‘네이놈~ 네놈이 장어를 그냥 지나치는가!’ ‘왕과 사는 팥빵’ ‘왕을 살린 남자 119 소방안전교육’ ‘전하께서 속초물회를 다 드셨습니다’ 등 이때만을 기다린 듯한 작명솜씨들이 돋보였다.단종을 테마로 한 이색 상품들도 선보였다. ‘벌과 사는 남자’ 부스에서는 단종꿀·엄홍도꿀·한명회꿀 등 이름을 붙인 상품을 선보였다. ‘왕과 산나물 피자’ 부스에서는 종이 익선관을 무료로 나눠주며 더운 날씨에 햇빛을 가릴 수 있도록 했다.

517년 만에 전 국민이 치른 단종의 장례…단종문화제 현장 [제철축제]

영월의 봄을 깨운 남자, 장항준 감독의 영화 이야기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장항준 감독은 축제 첫날인 24일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특별 강연을 열었다. ‘영월의 봄을 깨운 남자, 장항준 감독의 영화 이야기’를 주제로 관객과 만났다. 학창 시절 ‘항준본색’ 시나리오를 쓰던 이야기부터 한국 영화계 변화까지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박지훈 배우 캐스팅 과정과 촬영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가장행렬·드론쇼…사흘 내내 이어지는 볼거리

올해 축제는 볼거리도 늘었다. 첫날인 24일에는 영월 청령포에서 단종 유배길을 재현했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봉된 뒤 나룻배를 타고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을 569년 만에 다시 연출했다.행사는 △1막 ‘안개 속의 나룻배’ △2막 ‘어소로 향하는 길’ △3막 ‘세상이 닫히다’ 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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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문화제 개막식 이찬원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개막식에서는 장항준 감독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그는 “정확히 1년 전 4월 영월에서 영화를 찍었다. 군민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맛집도 많이 다니고 즐겁게 촬영했다”며 “영화가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1년 뒤 이 자리에서 환영받게 될 줄도 몰랐다”고 소감을 말했다.이어 가수 이찬원과 강문경이 출연한 개막 콘서트가 열렸다. 밤에는 단종을 주제로 한 드론라이트쇼가 펼쳐지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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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칡 줄다리기 / 사진= 영월문화관광재단

둘째 날인 25일에는 장릉에서 단종 제향을 진행했다. 1698년부터 이어온 행사다. 단종과 충신 268위의 위패를 모시고 제를 올리는 국내 유일의 제향이다. 저녁에는 핵심 프로그램인 ‘단종 국장 재현’이 이어졌다.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을 위해 고증을 거쳐 장엄한 행렬을 구성했다.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칡 줄다리기’가 열린다. 수백 명 군민이 참여하는 대형 행사다. 영화 속 ‘영월군수’로 등장한 배우 박지환도 현장을 찾는다. 폐막 콘서트는 △김용빈 △홍잠언 △영월청소년오케스트라 △뮤지컬 아리엘 공연으로 마무리한다.

단종 따라 도는 영월 여행

축제 기간에는 단종의 흔적을 따라가는 순환버스를 운영한다. △청령포 △장릉 △관풍헌 △동강 둔치를 잇는다. 버스는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517년 만에 전 국민이 치른 단종의 장례…단종문화제 현장 [제철축제]

강원 영월 청령포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여름에는 습기가 많고 산모기가 들끓는 데다 겨울에는 강가에 냉기가 올라오고 절벽에서는 한기가 내려와 사람이 살기에는 아주 그냥 죽을 맛‘이라는 청령포는 축제 첫날부터 나룻배를 타려는 방문객 줄이 길게 이어졌다. 연간 방문객 약 26만 명이던 청령포는 최근 3개월 만에 31만 명을 넘어섰다.청령포는 동·남·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은 육육봉 절벽이 막고 있다. 배를 타야만 드나들 수 있는 ‘섬 같은 땅’이다. 단종은 이곳에서 외부와 단절된 유배 생활을 했다. 당시 호장 엄흥도는 밤마다 몰래 찾아와 문안을 드렸다고 전해진다.

517년 만에 전 국민이 치른 단종의 장례…단종문화제 현장 [제철축제]

세계유산 영월 장릉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세계유산 영월 장릉도 축제 기간 무료 개방한다. 장릉은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재위 1452~1455)의 능이다. 1457년 단종이 서인 신분으로 세상을 떠나자 엄흥도가 시신을 수습해 이곳에 안치했다. 1516년 봉분을 조성하고, 1580년 석물을 세워 제향을 지냈다. 1698년 복위 이후 능호를 장릉으로 정비해 현재 모습으로 이어졌다.박상헌 영월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축제를 계기로 영월이 더 알려지길 기대한다”며 “영화 영향으로 관심이 커진 만큼 자연환경과 다양한 박물관 자원을 함께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 다른 지역과 교류를 확대하고, 지역 문화예술 단체와 협력해 함께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문서연 여행+ 기자